[특강 스케치] 반갑다, 마봉춘- MBC 신입공채 특강_ 하정민 라디오 PD

  • 201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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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수첩만 잘 써도 됩니다

"저희 때만 해도 언시생들 사이에서  세계에서 제일 좋은 직장이 KBS 우주에서 제일 좋은 직장은 MBC라고 했어요. 그동안 처지가 많이 달라졌죠. 황금기 때 입사했는데 동료들이 잘리거나 부당 전보 당했고 방송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든 조심스러웠어요. 지금은 파업이 끝나고 MBC 정상화를 위해 모두 노력하는 중이라 내부 분위기도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시청자 뿐 아니라 온 국민이 MBC의 변화에 관심을 둔 때문인지 지난 11일 한터를 찾은 하정민 PD는 현재 MBC의 상황을 전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사내 분위기 밝음’, 채용 창구도 활짝
PD후배가 들어와야 우리도 자극받고 서로 클 수 있는데 그동안 경력직만 뽑아서 미안했다. 다행히 당시 라디오국은 지원 자격을 라디오 PD로만 한정하지 않아서 너무 이상한 사람들이 오는 건 막았다(웃음)”고 했다.
이전에는 역대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 ‘가장 좋아하는 영화등을 물으며 (정치 성향을 검열하듯) 저열하게 사람을 뽑았어요. 지금 회사 분위기도 좋고 그런 식으로 면접하진 않을 거에요. 특히 올해 많이 뽑으려는 느낌이라 창구가 열려있으니 전략적으로 잘 준비하세요.”
지난 15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가 최기화 전 기획본부장 해임을 결의했다. 이사진 5명 가운데 4명이 이미 사임서를 제출한 상태라 이로써 김장겸 전 사장 시절 경영진이 전원 퇴장했다. 현재 내부적으로 과거 채용과정이 공정했는지도 조사 중이다.
그는 면접은 기싸움이라고 하지만 MBC는 압박면접이 없다. ‘학점이 왜 이 모양입니까정도다. 질문은 하지만 나도 학점이 좋지 않았고 동기들 가운데 토익을 한 번도 안 본 사람이 10명이 넘었다. 그만큼 학점과 토익을 안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PD라디오 PD 면접은 기자 직군에 비해 덜 어렵다. MBC 전형 과정에서 제시한 토론 주제만 봐도 보이는 라디오 찬반 토론’, ‘다른 방송사 편성표 분석하기’, ‘독거노인 사연 읽고 인터뷰 질문지 짜기등 흥미로운 게 많았다고 했다.
기자는 똘똘한 사람을 선호하지만 라디오 PD는 사람 냄새나고 빈틈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방송사에서는 특이해보일수록 오히려 그 사람을 매력적으로 느껴요.” 이전에 한 면접자는 <세계는 우리는> 프로그램을 평가해보라는 질문에 우리 동네 그 방송 안 나온다고 답변했다. 면접자들이 성의 없다고 황당해 할 거라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솔직하다는 이유로 합격했다
 

방송 흐름, 스토리 파헤치는 게 일상
2007년 라디오국에 입사한 하 PD<양희은-강석우의 여성시대>, <태연의 친한 친구>, <손석희의 시선집중> 등을 거쳐 현재 <굿모닝 FM>을 맡고 있다. 지금 그에게 가장 화두는 차기 DJ 섭외다. 라디오 PD지만 DJ나 패널을 찾기 위해 TV 프로그램도 즐겨본다. 아이돌이 DJ를 맡으면 팬들만 좋아하고 청취층이 퍼지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 요즘에는 아이돌을 제외한 20대 방송인이 적어 프로그램 판을 짜는 게 더 힘들다고. “TV를 보면서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인기를 얻는 이유, <나혼자 산다>가 왜 화제인지, 기안 84란 인물 캐릭터가 뜨는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해보는 것도 좋아요. 방송계 흐름을 파악하고 출연자를 찾을 때 도움이 되거든요.”
그는 처음 시험을 준비할 때 방송사를 다룬 그림책부터 라디오 관련 책과 논문을 찾아 읽었다. 해당 매체를 파악하는 동시에 면접 때 라디오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실제 면접 때 라디오 전문 학원을 나왔냐는 말까지 들었다.
PD는 강의 중간 사례로 든 MBC 라디오 프로그램을 수강생들이 모르자 자신이 맡을지도 모를 프로그램이나 매체에 대해 아는 것도 없으면서 어떻게 PD가 되려하냐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입사 준비 때 기존 프로그램 모니터링은 기본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기 위한 트렌드 파악이 필수라는 것이다.
기자에게 시대의 흐름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요구된다면, 라디오 PD에게는 그 흐름을 만들어가는 역할이 주어진다. 사람들이 라디오에 귀 기울이게 하기 위해서는 신선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필요하다. 마니아적인 분야부터 평범한 대중들의 삶까지 다양한 내용을 다루므로 사람과 삶에 대한 관심과 감수성이 폭넓다면 프로그램 만들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는 언시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시간날 때면 잡지를 들여다본다. “과학 잡지나 지역에서만 발행되는 잡지에는 신문이나 인터넷 포털에는 안 나오는 세상 온갖 이야기가 실려 있어요. 시사상식을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소 잡지를 들춰보며 아이디어를 찾거나 작문에 써먹을 만한 소재를 여러 개 만들어놓는 게 좋아요.”
 
자기소개서의 시작은 나의 장점 100가지
일부 기업에서는 학교나 나이 등 특정 조건을 두고 서류를 사전 필터링한다. 이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은 서류 합격자 발표 뒤 학점이나 토익 점수 몇 점 이상 등 합격 스펙을 자체적으로 따지기도 한다. 언시생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하 PD“MBC는 인사팀에서 기본적으로 거르지 않고 무조건 다 본다. 자소서도 10명 안팎의 사람들이 일일이 읽어본다고 했다. “라디오 PD는 하루 종일 글 읽는 게 일이라 자소서도 잘 읽어요. 여러분도 읽어보면 알 수 있듯 아무리 양이 많아도 잘 쓴 자소서는 도드라질 수밖에 없어요.”
대부분의 언시생들이 서류전형에서 중요한 자기소개서 쓰기부터 시작한다. 스펙은 차곡차곡 쌓았지만 이를 어떻게 녹여내야 할지 막막하다. 별다른 역경 없이 자랐다면 딱히 쓸 만한 특별한 경험을 찾기도 힘들 테다.
PD는 이런 고민에 공감하며 “‘어떤 일을 했다보다 그 경험에서 뭘 뽑아내느냐가 중요하다. 이야깃거리가 풍부하면 좋겠지만 이 사람 만나서 한번 이야기 들어보고 싶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고 했다. 사소한 경력도 어떻게 의미부여 하냐에 따라 큰 경력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가 제안한 자기소개서 사전 작업은 앉은 자리에서 나의 장점 100가지쓰기였다. “<시크릿>같은 자기계발서에나 나올 법한 말이지만 실제 해보니 나를 돌아보며 마음의 변화가 생겼어요. 오글거리더라도 직접 한번 해보세요. 쉽지 않지만 분명 효과가 있어요.”
그도 처음엔 거창한 내용을 쓰다 나중에는 훌라후프 20개까지 가능’, ‘그래도 숨은 잘 쉰다’, ‘잠도 잘 잠등 하나씩 꾹꾹 쥐어짜면서 밤을 샜다고 했다. 언시 준비를 하다 보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집에서도 얘가 뭘 하는 건지의심의 눈으로 바라볼 때가 있다. 이럴 때 스스로의 장점을 찾으며 마음을 다잡는 동시에 자기소개서에 쓸 만한 내용을 건질 수 있다.
PD“MBC의 어떤 모습이 좋아서 지원했는지, 이 장점과 자신의 어떤 점이 잘 맞는지를 강조하라고 했다. MBC가 네모이고 자신은 세모인데, 무조건 나도 네모라고 우기는 건 결국 바닥이 드러나게 된다. 해당 방송사나 직군과 궁합이 잘 맞을 만한 능력을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
PD는 언시를 준비할 당시 섭외력음악에 대한 지식’,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사람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나름대로 뽑아낸 라디오 PD의 역량을 구체적인 에피소드 위주로 녹여냈다.
가령, 섭외력은 한 신문사 인턴 당시 맥아더 장군 철거 논란과 관련해 맥아더 장군을 모시는 무당을 찾으라는 황당한 지시를 받았지만 어렵게 섭외해 취재를 해냈다는 내용으로 풀어냈다. 음악에 대한 관심은 음반에서 타이틀 곡 외에 숨은 명곡을 찾아내 지인들에게 소개해 SNS에 공유하면서 빛을 발하게 만들었다’, 휴머니즘은 마트, 음반 가게 아르바이트 할 때 다양한 연령층과 소통하며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는 내용을 끌어냈다.
그는 자소서는 남들에게 최대한 많이 읽혀서 깨지고 의견을 받는 게 중요하다. 특히 나랑 친하고 내가 믿는 사람 말고 나에게 비호감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좋다. 내가 몰랐던 부분까지 좀 더 솔직한 내용을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획안 쓰기는 프로그램 거슬러 올라가기훈련
입사 준비 기간이 길어지고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신문 스크랩이나 글이 쌓여 감당이 안 될 때가 있다. 한 번씩 자료를 솎아내고 관리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PD는 자료 정리 팁을 묻는 질문에 아이디어가 많을수록 글을 풀기가 쉬우니 블로그나 저장 공간을 마련해 따로 모아놓으라며 그만의 수첩 활용법을 알려줬다. “요즘 문방구병이 생겨 수첩을 자꾸 사는데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 오늘 할 일, 하루를 정리하는 수첩을 각각 만들었어요. 좀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고, 내용을 까먹지 않으니 좋아요.”
지망생들이라면 자잘한 아이디어 모으기, 프로그램 기획안 쓰기, 글감 정리 등으로 수첩을 나눠 써볼 만하다. PD 지망생들이 보통 스터디 때 각자 새 프로그램 기획안을 써와서 피드백하는 활동을 한다. 하지만 현장의 선수들을 만족시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PD는 프로그램 기획을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훈련 방법을 알려줬다.
그에 따르면, 자신이 <굿모닝 FM> PD를 맡아서 새로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생각하자. 일단, 기존 방송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며 왜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을지 모니터한다. 모니터한 내용을 토대로 기획안을 써본다. 해당 프로그램이 나오기 위해 전체 기획안을 어떻게 짰는지, 이 코너는 왜 넣었는지 생각해본다. 훈련이 익숙해지면 기획 안에 세부 프로그램을 넣는 방법, 시간 배분 등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PD는 뜬구름 잡는 기획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눈에 보이는 기획안을 만들어야 한다.
 
스낵 컬처 시대, 라디오를 고민하라
사람들과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직업인만큼 풍부한 에피소드와 센스 있는 멘트로 강의 내내 웃음이 넘쳤다. 현재 하 PD를 포함한 라디오 매체 종사자들의 고민은 청취층의 노령화다. 10년 전부터 있어왔던 고민이지만 주요 청취층이 60, 70대에만 머무르는 건 그만큼 라디오를 성공적으로 키우지 못한 탓이 크다. 스낵 컬처(짧은 시간 동안 간편하게 문화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뜻)에 익숙한 젊은 층은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도 5분짜리로 편집된 영상을 골라 본다. 그는 스낵 컬처 시대에 라디오가 뛰어들 것이냐, 어떤 식으로 접근할 것인가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현실은 미래 라디오PD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던져진 연구과제이기도 한다. 전형과정에 대비하기 위한 것뿐 아니라 라디오 매체에 대한 애정과 고민의 흔적을 보여 달라는 의미로 들렸다.
PD어떤 사람과 일하고 싶냐는 질문에 되든 안 되든 자신 있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친구면 좋을 거 같다는 답변을 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라디오는 야자가 힘들다10대부터 밭일이 고되다70대까지 다양한 청취층을 커버해야 해요. 쌀로 밥 짓는 평범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그 안에 재미가 있어야 하고요. 그러려면 주눅 들지 않고 아이디어를 마구 던져야 해요. 그 과정에서 사람들과 관계 맺고 소통하는 기술이 길러지죠. 또 기자부터 연예인, 전문가 등 다양한 집단과 일하기 때문에 인성도 중요합니다.”
 
·사진 최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