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강 스케치] 반갑다, 마봉춘- MBC 신입공채 특강_ 곽동건 기자

  • 2018.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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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되는 건 아니다

5년째 막내 생활을 하고 있는 곽동건 기자. 그동안 마포경찰서를 출입하다 얼마 전에야 신설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팀에 들어갔다. 2013년 이후 MBC 신입 공채가 중단돼 그는 가장 최근에 입사시험을 치른 사람이다.
파업 이후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서 재건작업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보도국 상황은 혼란스럽다. “알음알음 들어온 대체인력들이 보도국을 꽉 채워 기존의 문제 많았던 뉴스데스크를 만들어왔어요. 그들을 제치고 유배 갔던 기자들이 오랜만에 다시 일하려니 감을 잡는 데 시간이 필요하겠죠.”
5년 전 한창 열심히 현장을 누비던 5년차 기자가 10년차가 되어 돌아왔다. 허리를 담당했던 10년차 기자는 15년차가 돼 데스킹을 봐야 하는 연차가 됐다. 보도국이 전반적으로 늙었고 현재 20대 취재기자가 없다. 곽 기자는 신입 공채에 대한 조직 전체의 기대를 이렇게 정리했다. “조직 내에 빨리 새로운 피를 수혈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아 오랜만에 공채 선발을 하려 해요. 막내로서 감당할 일이 많은데 기간이 길어져 힘들었어요. 좋은 분들이 들어와 사내에 ‘긍정 에너지’가 퍼지면 좋겠어요.”

‘방송기자’ 준비? ‘기자’부터 확실히!
“오로지 신문기자만 되고 싶다는 분?”

(…)
“그럼, 방송기자만 꿈꾸는 분 있나요?”
지난 18일 한터 특강을 찾은 이들에게 곽 기자가 물었다. 몇몇이 손을 들었다. 언시생들 가운데 방송기자는 신문기자와 다를 거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한해 언론사에서 선발하는 신입기자 수가 많지 않지만 신문사에 비해 방송사에 도전하는 걸 조심스러워한다. 외모를 따진다거나 방송사별로 선호하는 이미지가 정해져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곽 기자는 “방송기자에게만 필요한 특별한 강점은 없다. 그냥 ‘기자’를 생각하고 준비하면 된다”고 했다. “작문 준비를 안 하니 부담이 없는 반면 카메라 테스트를 봅니다. 하지만 따로 준비할 필요는 없어요.”
실제 방송기자 지망생 대부분 카메라 테스트 스터디를 한다. 서로 리포팅 하는 모습을 휴대폰으로 찍어 피드백하거나 따로 녹음해 연습하는 식이다. 곽 기자는 “서울살이 10년차인데 아직 사투리를 쓴다. 시험을 치를 당시에는 더 심했을 것”이라며 “카메라 테스트에서는 대략적인 이미지를 본다. 목소리나 발음이 너무 심각해 도저히 방송리포트 시키기 힘든 정도가 아니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필기시험 합격 후 스터디를 두어 번 했지만 별로 도움이 안 됐어요. 일상적 의사소통에 큰 문제없다면 카메라 테스트 스터디 할 시간에 책 한 권 더 읽거나 사람을 한 명 더 만나세요.”
카메라 테스트를 할 때 ‘이미지를 본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특정 방송사를 보면 비슷한 이미지의 기자나 아나운서들이 눈에 띄기도 한다. 곽 기자는 “이미지를 개량화 할 수 없고 전형화된 이미지도 없다. 저도 그렇게 신뢰감을 주는 이미지는 아니다.(웃음) ‘신뢰감 있다, 톤이 좋다’는 것도 주관적인 판단이다. 다시 태어날 수 없다면 그 부분은 머릿속에서 지우라”고 잘라 말했다.
“면접관은 내가 마음에 들거나 아니거나 둘 중 하나에요. 설령 그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더라도 ‘잘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해요. 카메라 테스트에서 헤매거나 면접 때 헛소리 했다고 의기소침하지 말고 옆 사람도 나와 똑같을 거라 생각해야 마음이 편해요.”

뉴스 형식보다 내용, 특징 파악해야
곽 기자가 지원했던 2012년은 서류전형이 없어 기자 지원자만 모두 2100명이 필기시험을 치렀다. “당시 토익점수가 없어 언론사 지원을 못하고 있었는데 서류전형을 진행하지 않은 덕분에 합격할 수 있었어요. 과거 전형을 보면 서류전형을 할 때가 더 많았지만 보도국 내에 어학 점수가 중요하지 않다는 막연한 합의가 있어 어학 점수 따는 데 너무 매달릴 필요는 없어요.”
서류전형이 없는 경우 준비 기간이 짧아 어학 점수 등 스펙이 없는 사람에게는 이득이다. 바로 필기시험을 볼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갖 사람이 다 몰려와 경쟁률이 뻥튀기되는 면도 있다.
그는 실무평가 과정을 현장 스케치 영상을 그리듯 생생하게 설명했다. 곽 기자에 따르면, 조별로 5~6페이지 분량의 보도자료를 나눠주고 1분30초짜리 리포트 기사를 쓰는 과제가 주어졌다. 이후 각자 쓴 기사를 들고 카메라가 놓인 방에 들어가 앞에서 읽어보라고 했다. 카메라 테스트와 자연스럽게 연결한 것이다.
“그때 촬영기자가 ‘방송뉴스 한 번도 안 봤냐’며 혼냈던 기억이 나네요. 방송 리포트를 신문기사처럼 쓰고 문장 끝부분만 ‘합쇼체’로 고쳤거든요. 합격한 뒤 돌이켜보니 ‘방송기사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잡힌 기사를 쓸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보도자료 내용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요약한 글의 구조가 어떤지가 더 중요해요.”
하지만 내가 입사하고자 하는 방송사의 뉴스 프로그램 특징이나 내용을 미리 파악하는 것은 지원자의 기본 태도다. “(면접) 전날 뉴스 봤냐”는 면접관의 질문도 당연히 예상해야 한다.

‘합리적인 태도’ 필요한 면접시간
곽 기자가 면접 볼 당시 MBC는 노조가 파업에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적폐’ 경영진이 회사를 장악한 상황이었다. 면접관은 압박면접 방식으로 “광우병 촛불집회 나갔냐”,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보도를 어떻게 보느냐” “밀양 송전탑에 대한 의견을 말해보라” 등 사상검증 수준의 질문을 했다.
그는 MBC 뉴스를 평가해보라는 질문에 “최근 <미디어오늘> 기사를 봤는데 MBC 뉴스 신뢰도가 1%대였다. 동물 관련 주제 등 연성 기사 위주로 많이 다뤄서 시청자가 떠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면접관이 화를 내며 “민주노총 기관지인데 믿을 수 있냐”고 해 다시 나름의 근거를 들어 설명했다.
“정치적 관점을 가지는 것, 특정 이슈에 대해 의견이 있다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에요. 아무 의견이 없는 사람은 오히려 기자를 하면 안 되죠. 다만, 자신의 관점이 얼마나 합리적인지가 중요합니다.”

면접전형까지 가기도 쉽지 않지만 막상 면접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소중한 기회를 ‘날리는’ 경우도 있다. 곽 기자는 면접을 잘 보는 본인만의 팁을 묻는 질문에 “가장 중요한 건 합리성이다. 자신만의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 논리적인지, 반대로 상대방이 논리적으로 이야기할 때 반박하거나 혹은 설득당할 수 있는지가 합리성의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어떤 이야기를 할 때 “내가 보기에 이게 맞다. 왜냐, 누가 봐도 맞기 때문”이라고 하는 주장은 합리성이 없다. 면접관이 나와 의견이 다를 때는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그의 처지에서 생각해보고 답변하는 유연성도 필요하다. 곽 기자는 “나도 평소 소신 있고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다. 끝까지 고집 부려 관철시키는 끈기도 있어야 하지만 결정적으로 반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설득당하는 것도 합리적 자세다. 면접은 그런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MBC’에 왜 가려 하는가
언시생들이 MBC 입사를 원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열린(?) 분위기다. 특정 스펙을 중요시하거나 ‘MBC 출신 기자, 아나운서는 이렇다’는 스테레오 타입의 기준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곽 기자는 MBC의 조직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MBC는 ‘맨파워로 먹고사는 조직’이라는 평가가 많아요. 시스템으로 해결하기보다 기자 개개인의 능력으로 돌파하는 능력주의 조직인 셈이죠. 실제 회사 차원에서 지향하는 취재 방식이나 체계적으로 육성한 모델이 있는 게 아니라 각각의 캐릭터가 달라요. 내부 분위기가 자유로운 건 맞지만 평가는 엄격해요.”
하나의 전형화된 틀에 찍어낸 기자가 아니라 PD 출신의 최승호 사장이나 이용마 기자처럼 개성 강한 캐릭터가 모여 있는 것 자체가 MBC의 강점이라는 의미다. 그는 “이전에 조직 분위기를 이끌었고 다시 그때로 되돌리고 싶어 하는 선배들이 이번 채용과정에 참여한다. 말 잘 듣고 고분고분한 사람보다 자기 세계나 주관이 확실한 사람을 뽑지 않을까 싶은데 어디까지나 개인적 추측(웃음)”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과도기를 겪고 있는 MBC에 지원할 사람이라면 내부적으로 어떤 고민이 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수강생들은 이를 보여주듯 현재 MBC의 상황이나 새로운 경영진이 내세운 방향을 구체적으로 물었다. 곽 기자는 “신뢰받고 영향력 있는 언론사가 많은데 현재 MBC는 그렇지 않은 곳이다. 그럼에도 왜 굳이 여기인지 ‘자기 합리화’를 잘 해야 할 거 같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MBC의 핵심은 공영성이라고 생각해요. 공영방송으로서 MBC의 역할은 무엇이며 KBS랑 다른 점은 뭘까요? 모든 조직이나 사회구조가 돌아가는 방식이 있지만 넓은 틀은 소유구조에요. <한겨레>가 지금 같은 매체가 된 건 소유구조의 힘이죠. MBC가 누굴 위해 존재하는지, 공영방송의 토대가 어떻게 짜여야 하는지가 핵심이라고 봐요.” ‘지금의 MBC’에 지원하는 이유를 진지하게 고민하라는 실마리를 던진 셈이다.

글·사진 최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