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새해맞이 연속 특강] 언론사 준비 계속해도 될까요_ 김희수 KBS 아나운서
- 202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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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수그러든 아나테이너 열풍 … 기본으로 돌아가라
“요즘 먹을거리는 밖에 있잖아요.”
김희수 KBS 아나운서는 방송국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나운서는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인데, 왜 방송국 밖으로 나갈까. 방송국 밖에 있는 먹을거리란 또 뭘까.
“예전엔 아나운서 한 명당 라디오 프로그램 하나, 티브이 프로그램 하나씩 배당됐거든요. 지금은 프로그램이 많이 없어졌어요. 연예인들도 치고 들어오고요. 그러니까 유튜브나 팟캐스트로 나가서 두각을 나타내고, 그걸 보고 프로그램 섭외가 들어오게 하라는 거죠.”
급변하는 방송 환경은 베테랑 아나운서마저 방송국에 머물지 못하게 만든다. 예비 아나운서들이 미래를 가늠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한겨레 언론아카데미 한터가 준비한 두 번째 특강이 지난 21일 신촌 한겨레교육문화센터 703호 강의실에서 열렸다. ‘아나테이너 아니어도 아나운서 할 수 있나요?’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김 아나운서는 변화하는 트렌드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능형 아나운서를 선호하던 경향이 바뀌고 있으며,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는 게 다시금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망가지는 아나운서, 식상하다
김 아나운서는 2001년 춘천 MBC를 거쳐, 2002년 KBS에 입사했다. 19년간 방송계를 지켜온 그는 아나운서 채용엔 흐름이 있다고 했다. 지난 20년은 ‘아나테이너’를 선호한 시기였다. 그 역시 ‘아나테이너 열풍’ 덕을 봤다. “제가 준비할 때 KBS 방송아카데미에 다녔는데, 아나운서 실장님이 왜 아나운서를 하고 싶냐고 물으시더라고요. 난 그때 드는 생각이 ‘폼 나잖아’ 정도였어요. 그런데 어떤 애가 ‘전 국민의 언어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이러는 거야. 와, 저렇게 멋진 말을 하다니. 그런데 걘 떨어졌어. 나는 됐어. 흐름이 변하고 있었던 거죠. 망가지는 아나운서들이 막 나오기 시작할 때였거든.”
최근엔 예능형 아나운서를 선호하는 경향이 약해졌다고 했다. 20년간 이어진 흐름에 시청자가 피로감을 느낀 탓이다. “이제 대중은 망가지는 아나운서를 보면 식상하다고 해요. ‘왜 아나운서가 여기까지 나와서 망가지지’ 이런 생각 한다고.” 그는 성공사례 몇 개만 보지 말고, 전체적인 경향을 보라고 조언했다. “회사 그만둔 아나운서 많잖아요. 그중에서 방송으로 기억에 남는 사람은 전현무, 박지윤 정도죠. 예전엔 퇴사하기만 하면 ‘어서 오세요’하고 데려갔는데, 이젠 위상이 변했어요.”
예능으로 성공한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을 냉정하게 분석해보라고 했다. “장성규 아나운서가 뜨고 있는데, 그 사람이 일부러 망가지진 않아요. 원래 그런 거지. 이젠 시청자도 망가진다고 재밌어하지 않아요. 원래 그런 사람을 재밌어하는 거죠.” 시청자는 꾸밈없는 웃음을 원하고, 방송사는 시청자 요구에 부응할 인재를 찾는다. 이런 흐름을 간과한 채 개인기에 무게를 뒀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김 아나운서는 조언했다.
기본기가 기회를 만든다
끼 있는 아나운서를 선호하던 흐름이 끝물에 접어들었다면, 예비 아나운서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그는 탄탄한 발성과 정확한 발음, 즉 기본기를 강조했다. 조금은 뻔한 답이었다. 그가 답을 내린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뻔하게 생각한 답이 설득력 있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방송인 전현무 얘기를 꺼냈다. 많은 이들이 ‘개그맨 못잖은 끼’를 전현무의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그가 기억하는 전현무는 조금 달랐다. “전현무는 오디오가 탄탄해요. 걔가 밤 11시에 KBS1 라디오에서 5분짜리 뉴스를 하는데, ‘이놈 봐라?’ 하면서 들었어요. 얘가 노래를 부르는 거야. 진짜 노래를 부른다는 게 아니라, 장단음을 지키고 띄어읽기를 하다 보면 리듬감이 생겨요. 그걸 듣는 순간 달라 보이기 시작한 거죠.” 전현무가 거둔 성공의 밑바탕엔 넘치는 끼만큼이나 탄탄한 기본기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는 인공지능(AI) 산업이 성장하는 현실도 기본기를 다져야 하는 이유로 꼽았다. AI가 아나운서에게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이다. “AI 스피커를 많이 써요. 운전 중엔 뉴스를 볼 수 없잖아요. 그런데 딱딱한 기계음이 아니라, 아나운서 목소리로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는 소비자도 자신과 같은 생각일 거라고 했다. “소비자들도 당장은 좋아하는 사람 목소리를 듣겠지만, 좋은 음성으로 뉴스를 듣고 싶다는 욕구가 생길 거예요. 그런데 AI가 좋은 음성을 학습하려면 음성을 제공해야 하잖아요. 그 음성을 제공해주는 사람은 내가 될 수도 있고, 여러분이 될 수도 있죠.”
좋은 음성을 가진 아나운서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면, 방송사는 음성 훈련이 잘된 인재에게 눈이 갈 수밖에 없다. 김 아나운서는 이젠 “기본기가 탄탄한 사람이 아나운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송사는 ‘즉시 전력’을 원한다
기본기만 갖추면 합격할 수 있다는 뜻일까. 김 아나운서는 “그건 아니죠”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방송 트렌드’를 읽으라고 조언했다. 변화하는 유행을 예측하고 거기에 맞춰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는 ‘쿡방’을 예로 들었다. “예전엔 방송에서 요리 프로그램을 안 했어요. 그건 EBS에서 하는 거였지. 그런데 갑자기 요리가 뜨기 시작하더라고, 셰프들이 방송에 나와 떠들고, 심지어 말도 잘해. 그런 흐름에 맞춰서 ‘저 요리 좀 합니다’ 이러면 어디 비벼볼 곳도 생기겠죠. 최근 방송 트렌드가 어떤 흐름으로 가느냐, 그걸 볼 필요가 있어요.”
트렌드에 맞춰 캐릭터를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평가관들이 면접장에 들어가면 ‘쟤 어떤 프로그램에 어울리겠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거든. 근데 어울리는 프로그램이 오래된 프로면 별로 재미없죠. 지금 트렌드와 맞는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런 평가를 받아야죠.”
흠잡을 데 없는 기본기와 방송이 나아갈 방향을 내다보는 통찰력. 예비 아나운서에겐 너무 과한 요구 아닐까. 그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어렵죠. 예전에는 (가능성이 있으면 채용해서) 키웠는데. 지금은 키우지 않아요. 있는 것 가져다가 쓰려 하죠.” 요구가 많아진 데엔 비용 문제가 있었다. “장인처럼 사람을 키워서 쓰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땐 철학도 그랬고, 돈도 풍족한 시절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즉시 전력감’을 찾는 것 같아요. 나를 뽑으면 내가 어떤 프로에서 쓰일 수 있다, 이걸 어필할 필요가 있어요.”
방송인? 언론인? 자기 매력에 맞춰라
아나운서는 방송인일까, 언론인일까. 아나운서 준비생들이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는 물음이다. 한 준비생은 “아나운서 준비생으로서 언론인과 방송인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궁금합니다”라고 물었다.
김 아나운서는 스스로를 언론인 또는 방송인으로 규정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저도 처음엔 우겼어요. 나는 언론인이니까, 나를 방송인으로 보지 말라고. 근데 이게 우긴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녜요. 저는 언론인과 방송인을 구분 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구분 안 되거든요. 손석희를 언론인이라고 하지 방송인이라고는 안 하잖아요. 그건 자기가 어떤 노력을 하는가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나는 방송인이다, 나는 언론인이다, 이런 내면의식을 갖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아무리 의미 없어도 채용 평가관이 물어본다면 의미가 생길 수밖에 없다. 질문자는 아나운서 정체성을 “면접관들이 자주 묻는데, 어떤 답을 해도 괜찮다는 건가요?”라고 되물었다. 그는 자기 매력에 맞춰 답변하라고 권했다. “내가 ‘아나운서는 언론인’이라고 대답했는데, 척 봤을 때 방송인 느낌을 주면 그건 거짓말이잖아요. 내가 가진 매력을 보여주세요. 내가 어떤 매력을 갖고 있는가를 어필해주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면접 당락을 가르는 건 자신감
채용 관련 질문이 이어졌다. 한 준비생은 “KBS 합격자들을 보면 타사와 비교해 나이가 많은 편인데, 경험 있는 사람을 뽑는 건가요,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그는 “어느 조직이든 나이 있는 사람을 선호하진 않죠”라고 답했다. 두루 경험을 쌓은 인재와 단순히 나이 많은 사람을 착각해선 안 된다는 뜻으로 들렸다.
그는 실무면접에서 당락을 가르는 건 자신감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모르잖아요. 어떤 질문이 나오든 대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 자신감은 목소리에서 나와요.” 목소리와 자신감의 상관관계는 면접을 돌파하는 비법을 넘어,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관통하는 단어처럼 들렸다. “아나운서는 뉴스도 해야 하고, 예식 진행하러 가야 하고, 어떨 땐 씨름 중계하러 가야 하고, 배를 타야 할 때도, 산을 타야 할 때도 있죠. 여러 상황을 주눅 들지 않고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 그건 음성훈련 덕분에 가능한 겁니다.” 그가 되풀이해 강조한 기본기라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글 조다운 <김창석 기자의 언론사입사준비 아카데미 137기> 수료생
사진 한터
“요즘 먹을거리는 밖에 있잖아요.”
김희수 KBS 아나운서는 방송국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나운서는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인데, 왜 방송국 밖으로 나갈까. 방송국 밖에 있는 먹을거리란 또 뭘까.
“예전엔 아나운서 한 명당 라디오 프로그램 하나, 티브이 프로그램 하나씩 배당됐거든요. 지금은 프로그램이 많이 없어졌어요. 연예인들도 치고 들어오고요. 그러니까 유튜브나 팟캐스트로 나가서 두각을 나타내고, 그걸 보고 프로그램 섭외가 들어오게 하라는 거죠.”
급변하는 방송 환경은 베테랑 아나운서마저 방송국에 머물지 못하게 만든다. 예비 아나운서들이 미래를 가늠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한겨레 언론아카데미 한터가 준비한 두 번째 특강이 지난 21일 신촌 한겨레교육문화센터 703호 강의실에서 열렸다. ‘아나테이너 아니어도 아나운서 할 수 있나요?’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김 아나운서는 변화하는 트렌드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능형 아나운서를 선호하던 경향이 바뀌고 있으며,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는 게 다시금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망가지는 아나운서, 식상하다
김 아나운서는 2001년 춘천 MBC를 거쳐, 2002년 KBS에 입사했다. 19년간 방송계를 지켜온 그는 아나운서 채용엔 흐름이 있다고 했다. 지난 20년은 ‘아나테이너’를 선호한 시기였다. 그 역시 ‘아나테이너 열풍’ 덕을 봤다. “제가 준비할 때 KBS 방송아카데미에 다녔는데, 아나운서 실장님이 왜 아나운서를 하고 싶냐고 물으시더라고요. 난 그때 드는 생각이 ‘폼 나잖아’ 정도였어요. 그런데 어떤 애가 ‘전 국민의 언어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이러는 거야. 와, 저렇게 멋진 말을 하다니. 그런데 걘 떨어졌어. 나는 됐어. 흐름이 변하고 있었던 거죠. 망가지는 아나운서들이 막 나오기 시작할 때였거든.”
최근엔 예능형 아나운서를 선호하는 경향이 약해졌다고 했다. 20년간 이어진 흐름에 시청자가 피로감을 느낀 탓이다. “이제 대중은 망가지는 아나운서를 보면 식상하다고 해요. ‘왜 아나운서가 여기까지 나와서 망가지지’ 이런 생각 한다고.” 그는 성공사례 몇 개만 보지 말고, 전체적인 경향을 보라고 조언했다. “회사 그만둔 아나운서 많잖아요. 그중에서 방송으로 기억에 남는 사람은 전현무, 박지윤 정도죠. 예전엔 퇴사하기만 하면 ‘어서 오세요’하고 데려갔는데, 이젠 위상이 변했어요.”
예능으로 성공한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을 냉정하게 분석해보라고 했다. “장성규 아나운서가 뜨고 있는데, 그 사람이 일부러 망가지진 않아요. 원래 그런 거지. 이젠 시청자도 망가진다고 재밌어하지 않아요. 원래 그런 사람을 재밌어하는 거죠.” 시청자는 꾸밈없는 웃음을 원하고, 방송사는 시청자 요구에 부응할 인재를 찾는다. 이런 흐름을 간과한 채 개인기에 무게를 뒀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김 아나운서는 조언했다.
기본기가 기회를 만든다
끼 있는 아나운서를 선호하던 흐름이 끝물에 접어들었다면, 예비 아나운서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그는 탄탄한 발성과 정확한 발음, 즉 기본기를 강조했다. 조금은 뻔한 답이었다. 그가 답을 내린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뻔하게 생각한 답이 설득력 있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방송인 전현무 얘기를 꺼냈다. 많은 이들이 ‘개그맨 못잖은 끼’를 전현무의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그가 기억하는 전현무는 조금 달랐다. “전현무는 오디오가 탄탄해요. 걔가 밤 11시에 KBS1 라디오에서 5분짜리 뉴스를 하는데, ‘이놈 봐라?’ 하면서 들었어요. 얘가 노래를 부르는 거야. 진짜 노래를 부른다는 게 아니라, 장단음을 지키고 띄어읽기를 하다 보면 리듬감이 생겨요. 그걸 듣는 순간 달라 보이기 시작한 거죠.” 전현무가 거둔 성공의 밑바탕엔 넘치는 끼만큼이나 탄탄한 기본기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는 인공지능(AI) 산업이 성장하는 현실도 기본기를 다져야 하는 이유로 꼽았다. AI가 아나운서에게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이다. “AI 스피커를 많이 써요. 운전 중엔 뉴스를 볼 수 없잖아요. 그런데 딱딱한 기계음이 아니라, 아나운서 목소리로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는 소비자도 자신과 같은 생각일 거라고 했다. “소비자들도 당장은 좋아하는 사람 목소리를 듣겠지만, 좋은 음성으로 뉴스를 듣고 싶다는 욕구가 생길 거예요. 그런데 AI가 좋은 음성을 학습하려면 음성을 제공해야 하잖아요. 그 음성을 제공해주는 사람은 내가 될 수도 있고, 여러분이 될 수도 있죠.”
좋은 음성을 가진 아나운서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면, 방송사는 음성 훈련이 잘된 인재에게 눈이 갈 수밖에 없다. 김 아나운서는 이젠 “기본기가 탄탄한 사람이 아나운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송사는 ‘즉시 전력’을 원한다
기본기만 갖추면 합격할 수 있다는 뜻일까. 김 아나운서는 “그건 아니죠”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방송 트렌드’를 읽으라고 조언했다. 변화하는 유행을 예측하고 거기에 맞춰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는 ‘쿡방’을 예로 들었다. “예전엔 방송에서 요리 프로그램을 안 했어요. 그건 EBS에서 하는 거였지. 그런데 갑자기 요리가 뜨기 시작하더라고, 셰프들이 방송에 나와 떠들고, 심지어 말도 잘해. 그런 흐름에 맞춰서 ‘저 요리 좀 합니다’ 이러면 어디 비벼볼 곳도 생기겠죠. 최근 방송 트렌드가 어떤 흐름으로 가느냐, 그걸 볼 필요가 있어요.”
트렌드에 맞춰 캐릭터를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평가관들이 면접장에 들어가면 ‘쟤 어떤 프로그램에 어울리겠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거든. 근데 어울리는 프로그램이 오래된 프로면 별로 재미없죠. 지금 트렌드와 맞는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런 평가를 받아야죠.”
흠잡을 데 없는 기본기와 방송이 나아갈 방향을 내다보는 통찰력. 예비 아나운서에겐 너무 과한 요구 아닐까. 그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어렵죠. 예전에는 (가능성이 있으면 채용해서) 키웠는데. 지금은 키우지 않아요. 있는 것 가져다가 쓰려 하죠.” 요구가 많아진 데엔 비용 문제가 있었다. “장인처럼 사람을 키워서 쓰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땐 철학도 그랬고, 돈도 풍족한 시절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즉시 전력감’을 찾는 것 같아요. 나를 뽑으면 내가 어떤 프로에서 쓰일 수 있다, 이걸 어필할 필요가 있어요.”
방송인? 언론인? 자기 매력에 맞춰라
아나운서는 방송인일까, 언론인일까. 아나운서 준비생들이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는 물음이다. 한 준비생은 “아나운서 준비생으로서 언론인과 방송인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궁금합니다”라고 물었다.
김 아나운서는 스스로를 언론인 또는 방송인으로 규정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저도 처음엔 우겼어요. 나는 언론인이니까, 나를 방송인으로 보지 말라고. 근데 이게 우긴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녜요. 저는 언론인과 방송인을 구분 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구분 안 되거든요. 손석희를 언론인이라고 하지 방송인이라고는 안 하잖아요. 그건 자기가 어떤 노력을 하는가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나는 방송인이다, 나는 언론인이다, 이런 내면의식을 갖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아무리 의미 없어도 채용 평가관이 물어본다면 의미가 생길 수밖에 없다. 질문자는 아나운서 정체성을 “면접관들이 자주 묻는데, 어떤 답을 해도 괜찮다는 건가요?”라고 되물었다. 그는 자기 매력에 맞춰 답변하라고 권했다. “내가 ‘아나운서는 언론인’이라고 대답했는데, 척 봤을 때 방송인 느낌을 주면 그건 거짓말이잖아요. 내가 가진 매력을 보여주세요. 내가 어떤 매력을 갖고 있는가를 어필해주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면접 당락을 가르는 건 자신감
채용 관련 질문이 이어졌다. 한 준비생은 “KBS 합격자들을 보면 타사와 비교해 나이가 많은 편인데, 경험 있는 사람을 뽑는 건가요,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그는 “어느 조직이든 나이 있는 사람을 선호하진 않죠”라고 답했다. 두루 경험을 쌓은 인재와 단순히 나이 많은 사람을 착각해선 안 된다는 뜻으로 들렸다.
그는 실무면접에서 당락을 가르는 건 자신감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모르잖아요. 어떤 질문이 나오든 대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 자신감은 목소리에서 나와요.” 목소리와 자신감의 상관관계는 면접을 돌파하는 비법을 넘어,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관통하는 단어처럼 들렸다. “아나운서는 뉴스도 해야 하고, 예식 진행하러 가야 하고, 어떨 땐 씨름 중계하러 가야 하고, 배를 타야 할 때도, 산을 타야 할 때도 있죠. 여러 상황을 주눅 들지 않고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 그건 음성훈련 덕분에 가능한 겁니다.” 그가 되풀이해 강조한 기본기라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글 조다운 <김창석 기자의 언론사입사준비 아카데미 137기> 수료생
사진 한터
